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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23.01.26

매일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다 찢어버릴 수 없어 파쇄기를 구했지만,
기기가 생각보다 빨리 열이나서 생각날 때 2~3분씩 돌리고있다.
찢어 버리는 것보단 편하지만, 씹을 수 있을만큼 종이들을 넣어주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덕분에 야금야금 추억을 덜어내는 중이다.
'추억?' 어찌보면 한사람의 '역사'를 담은 수첩들을 파쇄하고 있자니.. 조금 기분이 떨떠름하다.

좀 더 넓게 보면 이 속엔 나의 관한 역사도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 학교를 빠진 날엔 '석 결석 매 100대' 라고 쓰여 있기도 하고, 아팟던 날엔 '석 병원 약값 3천'.
이발을 한 날, 준비물을 산 날, 함께 외식을 한 날의 가게이름과 쓴 비용들..
상견례, 결혼, 아이들이 태어난 날 도 쓰여있기 때문이다.
'이제 군대를 가겠군..' 하며 쥐고있는 수첩의 연도에 나의 지나온 역사를 넣어 미리 예상 해보기도 한다.


수첩한개가 1년치..
그렇게 30년치가 모여있다.
그가 남긴 치열하고 소박한 역사를 훑는다.
이사를 하며, 이사 후에도 큰 짐을 자꾸 덜어 내려고 했던 사람.
30년치의 수첩은 그가 마지막에 버리려고 했던 갈색 고무다라이 보다 크고  무겁다.





'너 살아라. 찾아오지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마라'


이말을 떠올리면 개울가에 어미의 무덤을 판 청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나곤 한다.
죽기전에 어미가 부탁했던 그 한마디를 굳게 믿고 따르던 청개구리..



그 말이 맞는건지.. 사실 본심은 그게 아닌건지..
이젠 알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하고 있다.

싫었던 시절, 관심 없던 시절, 측은했던 시절들로 만들어진 관계도 결국은 가족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있는가?' 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직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 날 이후 그나마 알게 된 건 평생 마음 한켠에 그가 남겠구나 라는 것 뿐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은 그냥 그의 마지막이 평범하고 적절하게 행복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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